*/하루

2019.11.23

가람.❁ 2019. 11. 23. 19:01

​뒤죽박죽 내 마음을 어떡해?
좋고, 싫고
행복하고, 서운하고
신나고, 화가 나고
자랑스럽기도, 너무나 챙피하기도
밉기도, 고맙기도
아주 이상한 내 기분을 나는 어쩌면 좋아!


​예쁜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동백이가 말했듯 ​음미​하는 지금.
그 모든 것에 모든 감정이 있다.

겨울이 좋은 이유가 뭐야?
라고 했을 때,
​나는 포근해서요.
​라고 보통 대답한다.

하지만 겨울은 춥고 시리기도 하다.

춥고 시린 계절이 왜 가장 포근하고 따뜻할까?

크리스마스를 벌써 축복하는 불빛들이
경주의 거리마다 카페마다 켜지고,
이번 주 아침에 캐롤을 들으며 가볍게 학교를 오던 나처럼
사람들 얼굴에도 벌써 선물을 가득 안고 오는 산타를 기다리는 것 처럼,
양말을 밤이 오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달아놓는 아이의 눈망울처럼,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몰래 웃음짓는 어른들처럼.
겨울이 피어난다. 포근함이 묻어난다.

춥기에 따뜻하게 감싸고
시리기에 불빛들이 피어나는 계절.

겨울이 반갑고 슬프다.

네가 태어난 계절,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계절.
오랫동안 마음 졸이던 계절,
누군가 치열하게 열을 내고 있을 계절.
누군간 추운 날을 버티고 있을 계절.

그 겨울이 좋고 슬프다.

빨간 색을 좋아하게 된 26살.
빨갛고 작은 하트를 자주 쓰게 된 어느 날들.
빨간 리본을 한 소정이가 참 예뻐보이는 마음.
나의 귀걸이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망울들, 사랑들.
빨간 목도릴 찾아 성안길을 온통 돌아다니던 어린 날.

그리고 그 곁에 있었던 초록빛과
새하얀 눈.

감사합니다.
올 해 겨울은 제가, 이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만이 아닌.
그 미래를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미래를 제가 계속해서 꿈꿀 수 있게
도와주세요.

겨울에 사랑스럽다던 그 사람의 순박한 말들을
제가 온 몸으로 안을 수 있게
묻어나는 사랑들을 제가 조금씩 녹여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서 아프고 다친
또는 잊어버린 제 일상의 결 사이사이를
달콤하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겨울의 포근함으로
매일 눈 밭을 뽀드득, 밟으며 새 길을 걸을 수 있게
아래에서 제 발밑을 딛게 손 내밀어 주세요.

우리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과 포옹으로
오롯이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오늘의 기도입니다!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