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7.토요일

고맙게도 먼저 같이 가자고 이야기 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한 연수.
가는 길목 길목마다 알록달록 물들어 있는 나무들 덕분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가을이라 부는 찬 바람도 괜히 얼마 못 잔 나에게 시원하게 불어주는 것 같은 기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도 좋고
얼마 전에 봤던 예쁜 일출의 하늘을 이야기하기도
썬루프로 하늘도 한번 보기도 하고
언제나 그랬듯 자연스럽게 슝슝 운전하며 가는 선생님이 신기하고 멋지기도 한 아침 가는 길! ㅎㅎ
매번 지나갈 때마다 보이던 길들에
똑같은 냄새, 하늘, 산의 능선들이 마음을 다독인다
조금 어색할까 걱정했지만 그것도 나름 괜찮았다
내 서투름과
선생님의 서투름은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둘 다 서투른 점들이 익숙한 편안함을 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멀리 멀리 떨어진 선생님과
화이팅의 인사를 나누고
핸드폰을 뒤집어 둔 채로 가만히 연수를 듣고 있던 중에
한 교무실 선배님께 문자를 받았다. 정확히는 카톡! (선물)
얼떨떨한 기분에 나를 촌스럽다고 쿡쿡 누르던 그 날처럼
얼떨떨한 고마움, 신기한 감동이 느껴졌다.
작은 마음들이 내게 노크를 할 때,
그 마음이 너무도 신기하고 반가워서
문을 열어보진 못하고 문 앞에만 그저 서서 동동이는 사람처럼
가만히 가만히 그냥 덮어준 채로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기다렸다. 그리곤 선생님께서 기다리던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예전같음 상상하기 어려웠던 ! 점심 막간 드라이브 !! (쏘해피) 앤드 어른들이 하는 드라이브쓰루! (쏘나이스! 아니 나이쓰!) 그리고 보문호 주변 가을길 산책까지.. 그 짧은 시간이 나한텐 충분히 좋아서, 시간을 착각하고 천천히 더 걷자는 말에 모른 척 넘어가려다 그냥, 가야 할 시간임을 담백하게 웃으며 알려주곤 했다.
가는 길이 아쉽지만은 않고, 남은 시간들도 아쉽지만은
않았던 하루.


아주 오래 전부터 나눈 밥 이야기가 오늘로 꽃이 피었다.
완벽하게!! ㅎㅎ
가을에, 노을 진 호숫가 노상에서, 그냥 돌계단 위에 앉아 멍하니 풍경들을 보며 김밥을 먹는 시간. 함께 공유하는 것들에 안정감과 각자 떠올리는 생각들에 자유로움. 적당한 사람들의 소리와 플리마켓을 서둘러 정리하는 뒤의 풍경들, 양 옆의 아이들의 아장걸음. 정신없지 않은 복작거림. 우리 주변엔 고요하지만 쓸쓸하지 않은 관광지의 일원.
역시 김밥도 맛있다 해주는 멋진 쌤 ㅎ
땡쓰 어 랏


엽서를 훅훅 쓰고는
이문세의 옛사랑과
길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그 그림을 관심있게 보는 한 친구와
실없는 농담들, 주타이쿤을 얘기하며 보는 경주월드
낙엽과 물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함께 걷고 사진 찍는 모습들과 여유로운 마음과
그 다음이 있음에 즐거운 기분으로 걷는 짧은 산책길

이제는 지도를 보고 찾아갈 수 있는 동료 선생님의 동네로
작은 시골길을 거쳐 넘어가는 길
깜깜한 입동날의 저녁과 어색한 신나는 음악들과 슝슝 달리는 자동차와 작은 얘기들
기억나지 않을 이야기였는데
부담스럽지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나도 선생님도 나쁘지않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괜히 축 쳐진 저녁에
혼자 울적하기만 하다가 또 그냥
왜 그런지도 모르고 그냥 마음이 가라앉다가
몇 잔 담기는 술을 마시며 또 장난스런 말들을 나눈다
적당한 거리감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나누는 시간에 또 감사함을 느낀다
좋은 시간들, 다음날 부끄러운 순간들, 대책없는 행동들, 웃음짓게 되는 기억들
부담없는 사이라는 건 있을 수 있을까?
부담없는 사이가 되고 싶다. 그 부담이 어깨를 누르지않는 사이가 되고 싶다. 마음을 가라앉게 하지 않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행복한 주말이었다는 다음 날의 짧은 인사가 문자 그대로 나에게도 그 선생님들에게도 읽혀지는 사이로 함께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