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목
* 글감 : 대답없음
그는 밤새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연락을 보지도 않았다.
잠이 든 걸까?
게임을 하는 중일까?
나의 말에 대답을 피하는걸까?
나처럼 공들여 말하려 답을 미루는 건 아닐거다
아님 내가 생각한 것 만큼 사이가 가깝진 않은걸까?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지만
구차하게 생각하진 않고 그저 생각을 말았다.
호랑이 임금님, 이라고 불리던 친구가 있다.
어디서 배운 건지,
사랑을 키우는 비법이라도 있는 듯
3분 이상 읽지 않기. 5분 후에 답하기. 바로 보지 않기.
등등 온갖 이상한 규칙들에 맞추며 대화했다.
그때 그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우린 달랐을까?
새벽내내 맘졸이며 그랬더랜다.
새벽내내 너와 나는 둘만의 대화였을텐데.
지금같으면 1이라는 숫자가 보일 틈이 없었을 때인데.
우린 왜그랬을까?
그리고 지은이와의 기억도 떠오른다.
어느새 지은이의 행동이 더이상 이해할 수 없이 서운하고 화가나지 않는, (절대) (오히려 나도) 내가 되었지만
그때는 뭐가 그렇게 서운했을까?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지내야 그 많은 사람과의 그 많은 대화를 놓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는 것에 의아해하던 나는
내가 사라지면 불안해하는 친구들을 보던 20살에서
계절이 지나 연락해도 잘 지냈지 라고 지나듯 웃고마는 28살이 되었다.
"불안함"에서 오는 행동들은 그 사람의 모난 틈들을 보여준다.
또는 아주 연약한 살갖들을 보여준다.
튼튼한 부분에 가려져있거나,
그 사이에 연결되던 부드러운 부분들.
그 점에 사랑을 얹어주기도 하지만
그 점에 마음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나의 불안을 내가 알고 내가 다스려야 한다.
이럴때면 잊고 있던 스토아학파가 떠오른다.
어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한다는 것.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품고 가는 것.
내 마음의 중간에서 걸어가는 것.
그게 남은 나의 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