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24.11.28.목

가람.❁ 2024. 11. 28. 20:57

오래간만에 이런 평화로운 오후.
반가운 마음 반, 못내 몸을 일으켜 나가는 마음 반이었지만,
밥도 반은 선생님께 드렸지만.
지금 이 따뜻한 조명 앞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를 입안에 감돌아 넘기고
여유로운 스냅이 섞인 음악을 감상하며,
선생님의 그림을 보듯 스치듯, 앉아있는 지금이
이상하게도 너무 평화로워 기분이 좋다.

제멋대로 붓길따라 그린 선에
알록달록 색을 채워가는 모습.
노오란 색을 채우는 모습.
한 가운데에 있는 노란 새같은 그림.
이제는 뒤의 알록달록한 빛이 바람이고 희망으로도 보인다.


재미있는 분이기 전에
깊은 철학을 나눌 수 있는 분이고
풍류를 즐긴다고 하기 전에
베트남 전쟁의 아픔을 담은 60년대 락 씨디를 모아두는 분.
여리지만 강하고.
단정하지만 어디도 넘어갈 수 없는 선은 안만들어 두신 그런 분.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 마시기도 전에 맛을 물어보는 분.
맛있다는 말에 하루의 미소를 다 내보이는 맑은 분이시다.

나의 올해는 이 분이 계셔서 버틸 수 있었던걸지도 모르겠다.
감사한 사람.

자꾸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만 되뇌이시는데
그런 제한은 두진 않겠으나
나 또한 피하지 말고 마주쳐야지. 그래야 또 음이 나오니깐.


사랑에 대해 일부러 잊고 지내려던 마음이
지금은 그렇게 슬프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느낀 깜깜하고 무너지는 기분도,
사랑을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눈 또한 투명한데,
내가 그 투명함에 내가 깜깜한 겹을 씌우려는 건 아닌지.

어릴 때부터 되새기던 말을 한번 더,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따뜻한 사람이 되자.


저기 지금 거침없이 드로잉하는 선생님 손길처럼
내가 가는 맘이,
내 맘이 괜찮다면,
내가 아름다운 맘을 품고 있담,
걱정 없을테니깐 ! 그냥 믿고 가는거지 뭐! 그게 나니깐. 그게 내 길이니깐 ! 역시나 , 나는 어쩌면 나를 가장 사랑할지도, 매일 망설이지만,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그럼, 또, 그러지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