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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24.05.02.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새로운 학교에 와 있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어쩌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상을.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분께서 감사하게도 음악과 철학을 사랑하시고, 그걸 나누어 주는 분이셔서, 그 덕에 다행이도. 너무나 다행이도,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이나 움직임을 잊지 않고 지낸다. 예술이든 철학이든, 무용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완곡하게 표현해버렸지만, 행운이다. 감사한 일. 
그리고 (놀랍게도!) 그 분께서 연주하고 계시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듣고 있다.
산책을 세시간을 하고, 노래를 세시간을 부르셨다는 선생님.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쉬어가는 곳이 된 것 같다. 물론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쉬어가는 곳. 그래서 내가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시간.


그 전에는 사랑하는 것들도, 채워야 할 것들도, 고민거리들도 너무나 많고
그것들이 내 지척에 있어 매일이 가득 차 엉겨있는 느낌도 들었는데
지금은 그것들이 조금은 멀리 있어서. 내가 나를 돌볼 수 있는 품이 생긴 것 같다. 

섬에 있는 사람과
푸른 숲 속 열매마을에서 자기 삶을 꾸리며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나와 같은, 학교에서의 생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

내 꿈과 젊음과 추억이 가득 담긴 어느 공간.
많은 이야기가 담겨서 어쩔땐 무겁게 가라앉을 것만 같기도 한 나의 그 공간. 

 

이제는 오롯이 나만이 보이는 지금.

*
감사할 것이 많다.

**

그리고 그 분께 감사하게도 좋은 글을 받았다.
비사이드에서, 루시드폴의 음악을 들으며, 너무 따사롭지만은 않은 햇살 사이로, 조금은 추운 바람을 겨르며 읽다가
동네로 돌아간다.

***
보고싶지만 만나자는 뜻은 아니야. 라는 말이 손끝에 입안에 맴돌았는데, 보고싶다는 말도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도 몇마디의
말들도, 내게는 저 어디 떠다니던 그리움의 현현.

이럴수록 고맙다. 정환이의 말처럼. 고마운일이 많다는 것이 감사한 것. 돌고도는 이 마음. 정환이도 문득 보고싶다. 네가 가진 굳건한 시선이 그에 반해 여린 맘이 너무도 예뻤던. 정환. 이제는 그 예쁜 것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또 더 깊이있게 나누고 있겠지?
난 그런 친구들이 있었던걸 왜 잊고 있었을까?
외로움이나 또는 더 작고 아픈 맘만 갖고 괴로워하던 지난 내가 안쓰럽다. 네게 그만큼 따스한 사람이 많았는데. 아니 많은데.
언제든 전화하면 다정히 받아줄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도 내가 , 좋아하는 .
그 사람들 맘이 어떤지는 내가 정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 내게 다정할 사람들인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 아닐까? 내 맘이 항상 먼저 가거나 도리어 더 멀리 뒷걸음질쳐버려 우린 같이가지 못했는데. 또 다시 알게된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정하길.
그 표현과 결과 온도는 다르더라도.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길.
눈길, 손짓, 말씨,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아닐 글자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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