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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22.04.13.스티키 메모

두호를 떠나기 전 한 해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
여러가지 추억이 스친다.
군데 군데 기억이 묻어나 그대로 온 마음에 물든다.

혼자 급식을 먹다가 그 아이가 떠올랐다.
언제나 앞자리를 지켜주던 아이.
부끄러운 마음에 파일철을 올려 가린 채 먹어도,
파일철 위로 들여다 본 아이는 항상 예쁘게 웃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바르게 인사를 하고, 예쁜 말을 해주던 아이.
그 기억이 너무도 진하게 떠올라 아득해졌다.

나는 그 마음을 다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
나는 그만큼의 사랑을 담을 수 있는 큰 사람일까 깊은 사람일까
고민해보고
나도 그만큼의 사랑을 주리라 다짐하던 시간들.

그땐 몰랐지만
나도 그만큼의 사랑을 주었던 것 같다.
이제는 큰 아이가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작고 작던 그 아이가 옅게 떨며 내밀던 마음들은 그대로 있다.
나의 어딘가를 이루고 있다.

동아리실에서 시험문제를 검토하는 지금도
창문 너머로 폴짝 폴짝 뛰며 웃음을 주던 아이들이 눈에 그려진다.
예쁘고 예쁜 아이들.

교사라는 직업을 오랜 시간 꿈꿔왔으나,
학교를 가는 걸음이 너무도 무겁고 두려운 날들도 찾아오고,
내가 교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혼란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으나
그 예쁜 아이들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금 사랑을 다짐한다.

교육의 근본은 사랑이다.
사랑은 나를 키우고 타인을 키운다.
다 크고 나선, 깊고 넓게 자라게 한다.
사랑을 담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슬픔도 투명하고
미움도 정직하다.
나는 사랑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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