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다.
선생님이랑 봤고
먹고싶다던 텐동도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신메뉴도 마셨다.
그리곤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중간에 내려다드리곤 오빠에게 연락을 했다.
오늘 하루의 반은 그렇게 흐르고
영화가 끝난 밤의 색과 공기가 그리웠던 나는
이상하게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을 주머니에 찔러넣곤
그렇게 걸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날 일기를 쓰며 알게 된 점은,
영화가 끝난 뒤 맞는 밤을 좋아하는 거라는 것이다.
그 밤들을 좋아한다.
성안길에 묻어있는 나의 추억들에
영화가 끝난 뒤의 걸음들이 가득하다.
물론 , 몇 안되는 기억이 그 많은 걸음을 이루고 있지만
호랑이형님(?)과 걷던 날은 정말이지 신기했고
빕스 아이들과 걷던 날은 재미있고 설레였고
오빠와 걷다 앉아 맥주를 먹던 날은 아찔하다.
친구들과 몰래 영화를 보고 나오던 날은 다이나믹했고.
하지만 어느 하나 요란하지 않다
그런 적막함은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그 적막 속을 계속해서 걷게 한다.
그래서 괜찮고,
그래서 좋아한다 그 시간들을.
영화는 특이한 색을 만들어준다.
비를 피해 도망간 몰래 간 영화관도,
휘청이며 올라 간 영화관도. 모두모두.
그리고 그런 날을 만들어 준 네가 이젠 고맙다.
잘 지내지? ㅎㅎ
용기 있는 친구였는데. 용기없는 우리라고 정의내렸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어제 밤의 공기는 더 명명했지만
마음을 숨길 일이 없었고
손을 맞잡아야 할지, 얼굴을 몰래 보고 보조개에 웃어야할지,
걷는 길 끝이 무엇이 될지, 영화를 보고 간지러운 얘기들에 깔깔대야 할지, 너와의 시간들을 어떻게 정의내려야할지, 다음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그런 것들을 나누고 어떤지 모르는 우리의 마음들을 만질 필요가 없었기에 . 그냥 걸었다.
좋아하는 것들은 많고
내 마음은 언제나 넘치는 듯 해도
그 좋아하는 것들을 한정짓다보면 마음에 제동을 걸게 된다.
그냥 나는 좋은 게 좋은 거.
시간을 보내고 공간을 공유하고, 같이 있어 좋고
또 보고 싶은 거 그냥 그걸로 좋은 거라고 하고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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