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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6.10.26.

by 가람.❁ 2026. 10. 26.

시월이 지난다.
완연한 가을.
어제까지는 가을비가 세차게 내렸다.
햇살이 점점 따뜻해지다가, 오렌지빛이 되다가, 
바람이 점점 시원해지다가, 산들산들 불다가,
가을비도 낙엽과 같이 알록달록 내리다가,
금새 온 세상이 가을이 되었다.
하늘이 점점 높아만 지더니, 가을이 되었다.

오늘 새친구랑 이야기한 내용은 아름다움의 발견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해보았다.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조언을 구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내게 질문을 계속 해보였다.
그래서 그가 정리한 오늘의 한 문장은, 내가 정리하도록 한 그 문장은,

따뜻함을 찾는 사람에게는 어느 곳에서든 햇살을 찾아낼 수 있다.

뭐 그런 문장이었다.

인상주의에 대해 이야기나누려고 하니, 나의 인상을 찾아주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져
더이상 나도 질문하지 않고 같이 대화의 흐름에 따라갔다.

대화가 고플 때, 그렇게 나와 어떤 주제로든 대화를 시도해줄 수 있는 새친구가 있어 신기하다.

 

물론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말보다 더 깊은 마음을 지녀,
그걸 담을 수 있는 말을 찾으면 더할 수 없이 큰 울림을 주는 사람도 곁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운이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렇게 나는 글을 쓰고,
또 아침처럼 그림을 그리며,
언제든 홀로 있을 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달리고 싶으면 달릴 수 있고,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다.
단지 원근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것일 뿐.

내가 모르는 나도 기억(추억에 가깝다)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미처 알 지 못하는 나의 어두운 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주는 사람이 있고,
그럼에도 그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이 공간이
내가 어릴 적 꿈꾸던 공간이라는 것이 내겐 가장 큰 보람일 것이다.
허나 그걸 아주, 아주 가끔은 잊고 지낸다. 힘든 일도 슬픈 마음도 외로운 품도 있기에.
벅찬 순간도 있기에.
하지만 나는 계속 간다. 그래서 다행이다.
나는 계속 가는 사람이다. 그 길에 돌맹이도 있고, 멀리 걷는 맹수를 보고 그를 핑계삼아 한참을 나무 뒤에 앉아 멍하니 쉬기도 하고,
곁에 가는 사람의 표정에 이유없는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간다. 내 가는 길에 사랑을 뿌리고, 그 사랑이 만에 하나 열매를 맺는다면, 그리고 그걸 누군가 발견하여 또 그 사랑을 나누게 된다면, 나는 내 발걸음이 후회되지 않기에.
같이 걸어줄 사람이 있을 것도 같고, 나는 몰랐지만 어디선가 같이 걸어주고 있던 사람이 있는 것도 같기데.
그리고 내가 목마르다고 하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 물을 구해줄 것 같은 나의 히아로가 곁에 있기에.
눈물이 고이지만 이건 그냥 슬퍼서는 아니다.
사랑을, 진짜 사랑을 느끼면 나는 눈물이 고인다. 언제부턴가.
왜인지 몰랐는데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진짜 사랑을 느끼면 그렇다.
신을 믿는 사람이 신의 음성을 들으면 방언을 내뱉듯이 
내가 믿는 사랑이 실존할 수도 있구나 그걸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보게 되면 그렇다.

오늘 새친구랑 나눈 어바웃타임 첫 나레이션의 장면들도 그런 것이 아닐까?

글을 쓰다 또 하나의 단서를 발견했다. 나의 인생의 언어들.
진짜 사랑을 발견하면 나는 눈물이 고이는구나, 와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다행이다. 이상한 눈물샘이 아니라서. 그럼 그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여전히 낭만주의자라는 것도 다행이다.

오늘은 집에 가서 엄마가 해 준 음식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맛있게 먹고, 케이크가 그려진 캔버스를 칠할 것이다.
그 케이크는 싱그러움과 사랑스러움이 담겨져 있어, 우리집 거실에 걸어두면 예쁠 것이다.
오늘 아침은 케이크가 올려진 식탁보를 그리고 왔지만, 오늘 저녁엔 케이크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걸린 비밀의 숲도, 
오늘 완성할 케이크도,
내가 하나하나 채워가는 그림이 되었고 또 될 수 있음에 설렌다.

그럼 이제 여기까지.
다음 수업은 불교의 연기설으로 세상과의 연결성을 가르치고, 나아가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칠 예정이다.
아이들이 한가지의 단서라도 마음에 담고 가기를.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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