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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6.11.12

by 가람.❁ 2016. 11. 13.

​다들 한 마음으로 모인 이 곳,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지만
생각을 할수록
가야한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아 함께 길을 나섰다.

금전적인 부담도 없지 않아 컸고..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정말 중요하고, 얼마 남지 않아 부담되고..
하지만 내가 준비하는 이 시험을 보는 나의 뜻과
광화문 거리로 촛불을 빛내고 싶은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은 혼자 살림 꾸려가는 고시생이지만,
맛있는 치킨, 예쁜 립스틱 한번 참으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 올라가는 게 걱정이었던 나에게
든든하게 같이 나서준 고마운 사람이 있어서
용기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정말 꽈아악 차서 낑기듯 탄 지하철과
만석이라 사십여분을 넘게 기다린 버스,
그냥 걸으면 삼분이면 갈 거리를 삼십여분을 넘게 사람들과 함께 흐르듯, 이리 저리 부딪히며 지나가던 거리,
평소같으면 답답하고 불편하고 더워서 힘들었을 시간이지만
모두들 같은 마음을 내기 위해 온 자리여서였을까
작은 배려들로 부딪히는 충돌이 없었고-
차가운 바닥에 종이를 깔고 앉아 몇시간을 넘게 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얼굴엔 고단함과 힘듦보다는 기쁨이 보였다.
행복-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지만,
구호를 함께 외치는 얼굴들을 난 잊을 수가 없다
혼자가 아닌 지금, 그리고 정의를 위해 외치고, 부정의를 향해 외치는 그들의 소리와 얼굴에 뿌듯함이 어려
행복해보였다
통탄한 현실에서 이렇게 소리를 낼 수 있고,
불편함을 무릅쓴-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많으며,
이 소리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픈 거리도 있었고,
-눈물이 어려 발을 뜨기가 한발 한발이 가슴이 시린 곳도-
복잡하고 고단해도 멈추지 않게 되던 씩씩한 거리도 있었다.
모두 같이 노래를 부르며 소리를 맞추던 곳도 있었다.
집회 공연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시는 세월호 분향소의 진행자 분들의 모습도 기억난다.


나중의 나의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이 시간을 뿌듯하게 전해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리라고 난 믿는다.




나의 공부시간 속의
애국심, 역사, 민주주의, 올바른 삶과 도덕적인 삶, 신념에 대해 하루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전해준 작은 초코바들이
전해받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조그만 기쁨이었으면 좋겠다.

길에서 해맑게 이야기하며 고사리같은 손에 장갑을 끼고 어둠을 밝히며 자기 키만한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줍던 여학생들의 움직임들을 계속 마음에 담고 싶다.

​희망은 우리를 꿈꾸게하고 움직이게한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그릴 수 있게 하자는 나의 꿈이
다시 반짝- 빛나 미래에 닿길 바란다.
그리고 나도 그 꿈과 희망을 잊지 말아야지. ​​







-------------------사진------------------

​​


​​마주보고 대적하는 사람들이 아닌,
​시민들이 가는 길을 안내해주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일하고 계시는 경찰분들. 이분들에게도 고마웠다


​청계천에는 불빛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이 기구가 집회 행사의 일부인 줄 알았는데, 호롱불 축제에서 하는 건 줄 알고 쑥쓰러워 웃었었다 ㅎㅎ
이 축제가 어색하지 않은 건, 빛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가득 찬 지하철을 타고- 몇 정류장 전인 종로3가에 내려 걸으며
흐르는 청계천과 그 위로 걷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길을 빛내주는 형형색색의-하지만 너무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게도 보이던- 세계의 각 불빛들이 이 날의 시위를 조금 더 밝게 해 주는 것 같았다.


​100만 대군을 얻으신 늠름한 이순신장군님.
​이순신 장군님이 생애에 하신 수많은 고뇌의 진심이 뜻깊은 것임을 알기에,


​인상깊은 구호들, 문장들이 많았는데
​세월호 분향소를 지나던 쪽에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조금은 지친 얼굴로 옹기종기 앉아 촛불을 들고 있는 문턱
​바닥에 쓰여진 문구가 - 꼭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게 되었다


​​11월 중순인데도 더워서 땀을 흘리게 되던 이유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뒤를 돌면 알 수 있었다
넓은 광장이 좁아 보이기까지한, 수많은 불빛들과 사람들 위로 피어난 11월의 아지랑이를 보았다.


​광화문을 나서기 위해
늦은 시간에도 들어오시는 분들을 거슬러 큰 길가로 나가 시청역으로 향하는데, 이승환씨의 목소리가 들려 다시 광화문 쪽으로 걸어 너무 늦지 않게 노래를 듣고 갔다.
​주문을 외워보자~ 는 못들었지만,
가만히 서서 노래도 따라 부르고-
​내가 돌아가던 길에 퍼지던 fall to sky의 울림이
가는 발걸음, 어깨 위를 가득 채워준 것 같았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무섭고 어둡지만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가려는 지금의 모습이
나에게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

지금의 시간이, 역사가 되길. 바래본다




물론 지금은 찌뿌둥하고 알이 배겼지만-히히 :)




p.s.


귀여운 초딩 ㅎㅎㅎ 집회에 온 많은 사람들 중, 가족 단위로 오거나 일을 끝나고 오신 듯한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분들과, 가족단위 중에서도 특히나 아이! 아기와 함께 온 분들을 보면 마음이 괜히 뭉클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걸음이 당당하고 뿌듯한 마음 전에 당연하듯 손을 잡고 불을 키고 옹기종기 다니는 모습들이 정말 많아서- 괜히- 부럽기도 하고- 마음이 참 좋았다
요 귀여운 아이들
초코바를 더 들고 갔어야 했다!!X)
더 큰 사람이 되어 더 많이 베풀고 싶다.
좋은 마음은 나누면 더 좋아질 때가 많으니깐.
(물론 조금 쑥쓰럽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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