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내가 그다지 다름 없는 부분은 관계일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더 의연한 것과
의연한 척 하는 기술이 늘어났다는 것.
세월의 차이가 만든 걸지도 모를 조급함이 줄어든 여유.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크게 보는 것
그래도 가까이 누군가를 만나고 사귀고 함께하게 되는 순간엔
언제나 새학기 아이들처럼
그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면 나는 그저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한 아이와 다를 바 없다.
가까운 사람이 생긴다는 것.
너 나랑 친구할래 그런 말로 시작되는 것인지
밥을, 깊은 새벽 자기만의 이야기들을, 맥주 한 잔을 함께 하면 가까운 사람이 되는 것인지.
규정짓는 사이를 오랜만에 겪고,
어떻게 규정지어야할지
좋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럴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라는게 내 마음과 다르게 그냥 계속 흐르고 흘러
이름도 잘 모르던 더운 날에 인사를 나누고
작년 이맘때 함께 웃던 아이들은
어느새 저녁 시간만 되면 문 앞에 쪼르르 기다리는 귀염둥이들이 되었고,
긴 편지를 적어줄 수 있는 감정이 생겼다.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의 품에 안겨 보고싶었다고 말해주는 예쁜 아이도 생겼고,
바라만봐도 쓰다듬어주고싶은 아이도 생겼다.
내가 마음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따뜻함이라는 말이 그 아이에게 콕 박혀 내내 온기를 주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도 들게 되었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끊임없이 보여주던 아이도
지나다 만나면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보내고,
점심만 지나면 학교 밖을 나서던 아이도
학교가 그립다는 메세지를 보내준다.
나의 첫 부장님은,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셨던 나의 부장님은
언제나 내게 온기를 주시고
부족한 점도 쓰담쓰담, 예쁜 점은 반짝 반짝하게 만들어주신다.
누군가에겐 어떤 사람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 순간이 좋아서인지 지금은 자꾸 시간을 붙잡아 확인하게 된다.
작은 가슴인건지,
사랑ㅇ에 대한 욕심인건지.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학년으로 가고 싶다던 말에
가볍게 넘기시던 선생님들의 말씀이
올해는 또 다르게,
그래 나는 지금 여기 부서야. 한 명 한 명 나한테 같은 실의 사람이라고 느껴졌음 좋겠어. 그런 마음.
‘우리’
‘저희’
그런 말들을 자주 써야지:
우리라는 말을 자주 써서 우리라는 걸 계속 느껴봐야지.
그래봐야지.
장그래의 말들,
과장님의 말들을 옮겨적어 보며
그래 나도 장그래처럼 우리라는 거에 감동받고
서투름과 방황하는 길 위에
그냥 뚜벅뚜벅 내 길 걷고있는 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상기시키며
내일 봅시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 우리 라는 강하늘의 말을
되뇌어본다.
그래요 우리 그래도 내일 봅시다
내일 보는 사이.
회사, 직장, 동료. 내일 보는 사이
주말에 쉬었다 만나는 사이
가까운 듯 먼 듯 그런 사이
나는 새로운 사이를 내 안에 구축해가는 중.
내 일이 직장이 된 지금,
다른 내 본업이 없는 지금,
이걸 함께하는 사람들이 신기한 아직 초보니까.
🙂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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