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잘 하시는 오빠의 오빠와
(내가 오기 전 미리 상을 차려 놓으셨다^.^)
고기를 구울 때 미리 정갈하게 야채를 담고,
예쁜 배추모양 그릇에 기름장이랑
맛있는 김치를 준비해주실 줄 아는 멋진 오빠들
감사한 명절을
조금은 낯설지만 감사한 명절을 보내고 왔다
그 둘과 나 하나의 공통점이
그렇게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기에 나아갈 길이 있고 함께 말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 셋이 모여 고기를 먹고 맥주를 맞부딪히고 함께 늦잠 후 먹는 뜨끈한 설렁탕이 우리에게 작은 기쁨이 된다
내가 가진 돈이 많지 않지만
이렇게 베풀 수 있음에 다행이다
둘이 같이 입는다는 귀여운 곰돌이 잠옷과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양말이 합쳐진 귀여운 풍경이
아침, 밤, 나를 웃게 한다
고마워요 :)
03:50 공항철도 안 .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집으로 가는 길
나에게 ‘집’이란 어디일까
그리고 ‘고향’이란 어디일까
조치원역 근처로 이사를 온 후 부쩍 기차를 타는 일이 많아졌는데, 기차를 타면 꼭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집. 우리집은 어딜까? 하는 ㅎ-ㅎ
그리고 이젠, ‘우리’란 누구일까? 하는 생각도 괜시리 들었다.
너무너무 귀엽고 그 귀여움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샘 오취리가 말했던, 우리나라만의 ‘우리’라는 표현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샘오취리 덕분에 우리라는 말을 떠올리면, 내가 맘이 싸할때에도 괜시리 그 말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우리 오빠. 우리 가족.
가족은 내게 참 소중한 것인데, 꼭 쌍방향의 줄다리기가 나만의 경기인 것 같이 느껴져 그 줄을 바라만 보고 발 끝에 놓아두는 시간이 종종 생긴다. 나이가 들어 나 또한 나이가 들고 그마만큼 책임감이 줄어가시며 우리에게 기대고 드러내는 구석이 많아지실수록 그렇게 크고 크던 부모님의 그림자가 작아진다. 난 아이유의 노래 가사처럼 아이이기도 싶고, 어른이기도 싶은 나이고, 아직 부모님에겐 아이이고만 싶다. 윤가람은 어른이고 싶으나, 부모님에겐 마냥 아이이고 싶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아이일 때에도 독립성을 존중해주셨기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겪는 ‘아이’로 보는 스트레스는 없다. 어린 아이라서 받는 사랑같은 무한정이지만 집중된 사랑을 때때로 받고 싶은 맘이다.
지금 지는 햇살이 추석을 빛내주듯 능선에 가까워지며 온 기차 안을 비춰주고 있다. 지금 이 다섯시 경의 풍경처럼, 어쩌면 나도 작렬하는 낮에서 조금 지난 애매한 노을 속에 담긴 모습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햇살은 부모님인 것 같다. 걱정과 차가운 듯 뜨거운 위로와 축복. 해가 져도 해를 비춰 언제나 내 위에서 비추어주는 달빛처럼, 그렇게 곁에 내가 알게 모르게 내리시니..
그렇다면, 난 이 지금의 노을을 아름다워하며, 하지만 이 지는 노을을 깨닫고 성실한 정오를 마무리하며, 새로 떠오를 빨간 햇살을 볼에 맺힌 땀방울과 함께 살짝쿵 빛내주고- 평화롭고 예쁜 또 하나의 저녁을 맞아야 겠다.
오늘의 저녁과 내일의 아침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되고 과정이 되기를..
퉁명스러운 부모님의 외투 주머니 속에 담긴 마음을 잊지 말고
예쁜 고시원 안에서 또 나의 기쁨과 땀을 맞이하러
또 달려보아야지
하는 마음.
그리고 오늘 저녁엔, 많이 웃고 가길.
상처에 의연한 내가 되길.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딸이 되길
사랑을 떼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는.
사랑을 누릴 줄 아는 아이가 되길.
5:26 서울역발 기차를 타고, 노을 지는 차창 아래에서 솜사탕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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